돌아갈 곳
어렸을적 친구들과 땅거미가 질 무렵까지 놀이터에서 뛰어 놀던 기억이난다.
고무줄 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과 그 줄을 끊고 도망가는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들.
가운데 미끄럼틀과 시소와 그네를 점령한 아이들과 한쪽 구석에서 두꺼비집을 만들며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
술래잡기를 하느라, 야구를 하느라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가끔은 이웃집 유리창을 깨먹기도 하고.
그때의 놀이터의 모습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여기저기 안전장치가 설치된 고급스러운 놀이기구들과 흙, 모래대신 깔려있는 푹신푹신한 고무바닥을 갖춘 요즈음 놀이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그리고 변하지 않을 놀이터만이 가진 특별한 규칙이 하나 있다.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 만큼은 아이들의 세상이다. 힘이 센 아이가 많은 놀이기구를 차지하기도 하고, 좋은 장난감을 가진 아이는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기며 자기의 소유를 자랑하기도 한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맞고 빼앗겨 울기도 하고, 수 많은 아이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따돌림을 당해 소외되고 외로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놀이터만이 가진 그 특별한 규칙을 지켜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땅거미가 지고 놀이터에 어스름이 가득해질 때가 되면 누군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엄마다.
저녁이 되었으니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고 내가 차리지 않은,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저녁 밥을 먹으라고 부르시는 것이다.
이 마지막 시간에는 모두 돌아가야만 한다. 힘으로 빼앗았던 놀이기구들, 우쭐함으로 자랑했던 장난감들, 맞아서 울고, 빼앗겨서 울고, 외로워서 슬펐던 순간들은 이제 눈녹듯 사라지고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사실 단 한가지는..
내가 돌아갈 곳이 있는가?
나를 돌아오라며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이 있는가?
아니면, 그렇지 아니한가? 뿐이다.
2.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3.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요한복음 14:2-3)